478위 권순우가 만드는 이변… 세계적 테니스 강호 제압 코앞에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28·478위)이 국내에서 열린 ‘테니스 월드컵’ 데이비스컵 경기에서 세계적인 강호 알렉산더 부블리크(28·카자흐스탄)를 꺾는 이변을 연출할 전망이다.
권순우는 12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ITF(세계테니스연맹) 데이비스컵 월드리그 1 단식 2경기에서 세계 19위 부블리크를 상대로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7-6<8-6>으로 따낸 뒤 2세트에서도 내리 3게임을 잡으며 3-0으로 앞선 가운데, 비로 인해 경기가 다음 날로 연기됐다.
권순우는 13일 이어 열릴 경기에서 3게임만 잡으면 올해 한국 테니스 역사상 최대 이변을 만들게 된다. 부블리크는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프랑스오픈 8강, US오픈 16강에 오른 세계 정상급 선수 중 하나다. ATP(남자프로테니스) 투어 대회에선 개인 통산 7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그 중 3번을 올해에 달성할 정도로 최근 전성기를 구가하며 ‘차기 TOP 10(세계 10위)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권순우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부블리크는 이번 경기 중 계속 오른쪽 다리를 절뚝이고 고관절 쪽을 매만지는 등 불편한 모습을 보였는데, 권순우가 강한 서브와 스트로크로 허점을 구석구석 공략했다. 권순우는 가장 최근 대결인 지난 2021년 ATP 250 아스타나오픈에서 부블리크를 4강에서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좋은 기억을 다시 되살렸다. 권순우는 현재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복무 중인 군인 신분이라 이번 승리가 더욱 뜻깊다. 권순우는 이번 경기 전 “컨디션은 100%다. 너무 좋다”라며 “이번 대회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설레발’이다. 나는 벌써부터 내가 이길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는데, 뛰어난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앞선 단식 1경기에선 정현(379위)이 알렉산더 쉐브첸코(97위·카자흐스탄)에 0대2(4-6 3-6)로 패배해 권순우가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이번 경기 전적을 1승 1패 원점으로 되돌리게 된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첫 날 두 경기와 둘째날(13일) 복식 한 경기, 단식 두 경기까지 합해 총 5판 3선승제로 승부를 가린다.
데이비스컵은 1900년 출범한 세계 최대 규모 남자 테니스 국가 대항전으로 한국은 이번 맞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대회 참가한 총 159개국 중 26개국이 오르는 1차 본선에 오른다. 이후 2차 본선(14개국)을 거쳐 세계 테니스 강국 8팀이 경쟁하는 최종 본선인 ‘파이널스′ 합류를 노린다. 한국은 데이비스컵 출전 이래 한번도 8강에 진출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