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김경문 대타 신의 한 수, 황영묵의 침착함이 한화를 살렸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황영묵(26)은 지난 29일 대전에서 치러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3으로 뒤진 8회말, 수비로 교체 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타 상황이 오면 9회부터 대수비로 들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LG 마무리 유영찬은 2사 1,2루에서 채은성을 사실상 고의4구에 가까운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를 채운 뒤 다음 타자 이원석과 승부를 택했다. 한화로선 대타 타이밍이었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10타수 1안타이지만 타구의 질이 좋은 최인호를 쓰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황영묵을 대타로 호출했다. 수비를 준비하던 황영묵은 급하게 배트를 들고 타격을 준비했다. 정신이 없던 나머지 배팅 장갑이 안 보여서 당황할 때 ‘친구’ 이원석이 자신의 것을 빌려줬다. 빌려준 배팅 장갑을 끼고 황영묵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며 밀어내기로 동점을 만들었다. 
포스트시즌 첫 선발 출장이었던 한국시리즈 2차전 1회 첫 타석에서 초구 안타를 칠 만큼 공격성이 강한 황영묵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2사 만루, 주자가 꽉 찬 상황에서 덤벼들지 않았다. 초구 낮게 떨어진 포크볼을 고른 뒤 2구째 존에 들어온 직구에 배트를 내서 파울이 됐다. 이어 볼카운트 1-1에서 유영찬의 3구째 직구가 바깥쪽 높게 날렸다. 
여기서 황영묵은 확신을 하고 배트를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4~5구 직구가 연이어 바깥쪽 높게 벗어나는 볼이 되면서 밀어내기 볼넷. 3-3 동점을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여세를 몰아 한화는 심우준과 최재훈의 연속 적시타로 6득점 빅이닝을 몰아치며 7-3으로 역전승했다. 황영묵이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지 않았더라면 추가점 없이 이닝이 끝나 1점차로 질 수 있었다. 
경기 후 황영묵은 “(유영찬이) 볼넷을 안 주기 위해 공격적으로 승부하는 게 느껴졌는데 공이 높게 갔다. 최대한 낮게 보고 있었는데 제 눈에서 다 벗어난 공이라 볼넷이 됐다”며 “시즌을 치르면서 계속 좋은 경험들을 많이 했고, 중요한 경기에서 이런 역할을 맡아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는 말로 기뻐했다. 
대학 중퇴 후 독립리그에서 프로 입성을 준비하며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확고한 길을 걸어온 황영묵은 확실히 간이 큰 선수다. 압박감을 즐길 줄 안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 3할(60타수 18안타), 대타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로 결정력을 보였다. 그리고 이날 결정적인 밀어내기 볼넷으로 김경문 감독이 대타로 쓴 이유를 증명했다. 
그는 “타석에 들어갈 때 팬분들의 함성이 정말 컸다. 그걸로 힘을 많이 받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런 상황이 긴장되지 않고 더 재미있다”며 “수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대타로 나간 상황이었다. 배팅 장갑 안 보였는데 우리 팀 야수 중 유일한 친구인 (이)원석이가 빌려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