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오타니가 보낸 문자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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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다. 흥겹고, 화기애애하다. 원정 시리즈의 연승 덕분이다. (전용기) 기내가 온통 시끌시끌하다. 웃고, 떠들고…. 가볍게 축배를 드는 분위기다. 유독 한 명은 다르다. 평소처럼(?)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착륙할 무렵이다. ‘딩동.’ 휴대폰에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수신자는 두 명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애런 베이츠 타격코치다. 발신자는 ‘SHOHEI’였다. 팀의 간판스타 오타니 쇼헤이(31)다. 내용은 짧다. 딱 한 줄이다. ‘내일 필드에 나가서 치고 싶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내일’은 3차전 날이다. 경기에 앞서 프리 배팅(타격 훈련)이 있다. 그걸 야외에서 하고 싶다는 말이다. 감독과 타격코치 모두 눈이 커진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이유가 짐작되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극심한 슬럼프다. 형편없는 타격에 실망감이 크다. 포스트시즌 성적이 바닥까지 떨어졌다(34타수 5안타, 타율 0.147, OPS 0.599). 삼진만 15번 당했다. 로버츠 감독이 공개적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정도다. 소문은 금세 퍼졌다. 동료들도 모두 놀란다. “정말로 쇼헤이가?” “밖에서 공을 친다고?” 그들에게도 진귀한 구경거리다. 이제껏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맥스 먼시, 무키 베츠, 키케 에르난데스, 미겔 로하스, 클레이튼 커쇼까지…. 다들 턱을 괴고 기다린다. 우선 불펜 세션이 먼저다. 다음 날(4차전) 등판을 앞둔 탓이다. 진하게 팔을 푼다. 포심, 스플리터, 커브, 슬라이더, 스위퍼…. 치밀하고, 차분하게 점검을 마친다. 간단히 땀을 닦는다. 곧바로 모드가 전환된다. 글러브를 벗고, 공은 놓는다. 대신 헬멧을 쓰고, 배트를 잡는다. 프리 배팅은 5세트로 이뤄졌다. 총 32번의 스윙이 나왔다. 1, 2세트는 별로였다. 타이밍이 자꾸 밀린다. 감각이 돌아온 것은 3세트다. 이때부터 다저 스타디움에 총소리가 연거푸 들린다. 마지막 5세트 5번째 스윙이다. 어마어마한 타구가 나온다. 우중간 담장 너머 건물 지붕까지 날아간다. 목격자들은 “500피트(약 152m)는 날아간 것 같다”며 흥분했다. 그가 야외 배팅을 끊은 것은 2023년 여름(LA 에인절스 시절)이다. 옆구리 통증이 이유였다. 아무래도 밖에서 치면 (거리를 내려고) 오버하기 쉽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후로는 실내에서만 쳤다. 공을 때리는 소리가 엄청났다. “쇼헤이 배트 소리가 너무 커서 낮잠을 못 잘 지경이다.” 무키 베츠가 ‘벽간 소음’으로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다저스는 작년 가을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했다. (낮잠) 수면실을 실내 타격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한 것이다. 시리즈 동안 오죽 했겠나. 그냥 놔둬도 괴로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무래도 선발 등판이 타격에 지장을 주는 것 아닌가.’
‘평소도 아니고 포스트시즌이다. 어느 한쪽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는가.’
어쩌면 그에게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이도류에 대한 의심과 반감, 혹은 시기와 질투…. 회의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증명하라는 요구는 끊임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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