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오스틴 잔부상→문보경 1루수→구본혁 3루수…“번트 타구 안 잡자 다들 걱정하더라, 내 인생 최고의 선택” [KS 비하인드]

염경엽 감독은 주전 좌익수 문성주가 허리 부상으로 정상 출장이 어려워, 수비력이 뛰어난 구본혁을 좌익수 카드를 준비했다. 그런데 또 변수가 생겼다. 청백전 도중 외국인 타자 오스틴이 주루 플레이를 하다 잔부상이 생겼다. 
결국 오스틴은 지명타자, 문보경이 1루수로 나가고, 구본혁이 3루수, 좌익수는 김현수가 맡았다. 
전화위복이 됐다. LG의 1루와 3루는 시리즈 내내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특히 5차전, 승부처는 LG가 2-1로 앞선 3회말 한화 공격 때였다. 손아섭의 안타, 리베라토의 볼넷으로 무사 1,2루가 됐다. 
한화 타선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문현빈 타석이었다. 문현빈은 2볼-1스트라이크에서 희생번트를 댔다. 1사 2,3루를 만들어 최소 동점을 만들자는 한화 작전이었다. 타구는 3루 선상으로 굴러가 이상적인 보내기 번트가 되는 듯 했다. 
그런데 3루수 구본혁이 달려나오며 타구를 잡으려다 마지막에 재빨리 피했다. 타구가 파울라인으로 휘어지자 일부러 잡지 않은 것. 1루로 달려갔던 문현빈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타석으로 돌아왔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문현빈은 파울 2개를 때린 후 2루수 정면 땅볼을 때렸다. 2루-1루로 이어지는 병살타. 2사 3루에서 노시환이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 없이 공격이 끝났다. LG가 3회초 무사 만루 찬스에서 1점만 뽑아 불안했는데, 한화가 흐름을 바꿀 찬스를 놓쳤다. LG는 2-1 리드를 이어갔고 6회 1점, 9회 1점을 보태 4-1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구본혁은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우승 축하 행사에서 5차전 번트를 흘린 장면에 대해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짧은 순간 어떻게 선택을 했을까. 구본혁은 "타구의 스핀이 보여서 (파울로) 나갈거라고 확신했다. 또 톨허스트 구위를 믿었기에 파울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타격감이 좋은 문현빈을 희생번트로 아웃 잡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구본혁은 “계속 잘 치고 있어서, 그때쯤이면 한 번 못 칠 때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톨허스트 공이 좋아서 투수에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문현빈이 병살타를 치면서 최상의 결과가 됐다. 구본혁은 “병살타가 나오면서 너무 행복했다. 세리머니도 내가 하고, 투수가 해야 되는데…”라고 웃었다.  
결과는 천만다행이었지만, 번트 타구를 파울로 흘린 후에는 걱정의 시선도 많았다. 구본혁은 “(더그아웃에서)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더라. 그래서 ‘아, 한 번 믿어봐, 믿어봐라’는 표정을 지었다”며 “오히려 내가 소심하게 있으면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것 같아서 당당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구본혁은 한화와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모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2023년 LG 통합 우승 당시, 10월에 군대에서 제대해 선수로 뛰지 못하고 응원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