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 "쑨잉사 언니, 테이크 케어" 우승 만끽보다 걱정 먼저…중국은 폭발 "쑨잉사 하루 3경기, 일정 황당"

한국탁구 혼합복식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 지난 13일 홍콩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5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파이널스 혼합복식 결승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 조는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를 3-0(11-9, 11-8, 11-6)으로 완파했다.
팽팽하리라 여겨졌던 결승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아무래도 쑨잉사가 혼합복식 결승을 치르기 직전 여자단식 4강을 펼치다가 발목을 다친 여파를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가장 확실하게 인지한 쪽은 임종훈과 신유빈일 수밖에 없다. 직접 경쟁하며 약점을 공략해야 했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3-0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따낸 후 짧게 하이파이브만 나눈 임종훈은 인터뷰에서 "쑨잉사가 부상을 안고 뛰는 걸 알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코트에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무릎 통증을 참고 뛴 신유빈은 더욱 쑨잉사의 상황을 이해했다. 중국 쪽을 향해 "쑨잉사 언니, 테이크 케어"라고 외쳐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에게 가로막힌 중국은 일정을 꼬집기 시작했다. '시나스포츠'는 쑨잉사가 이날 하루에만 세 경기를 치러야 했던 강행군을 집중 조명했다. 실제로 쑨잉사는 오후 3시 혼합복식 준결승을 시작으로 오후 8시 여자단식 준결승, 오후 10시 혼합복식 결승까지 7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최고 강도의 경기를 연달아 소화했다.
문제는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발생했다. 쑨잉사는 콰이만과의 경기 도중 왼쪽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세 번째 게임 중반 이후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고, 메디컬 타임을 요청해 발목에 테이핑 처치를 받았다. 네 번째 게임을 따내며 경기를 이어갔지만, 다섯 번째 게임부터는 방향 전환과 스텝이 제한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결국 여섯 번째 게임을 앞두고 기권을 선택했다.
시나스포츠는 "7시간 동안 두 종목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를 펼쳐야 했다. 체력, 기술, 정신력까지 시험하는 혹독한 일정"이라며 "개인기량을 보여줘야 할 단식과 팀워크가 중요한 복식을 빠르게 오가는게 잘 짜여진 일정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혼합복식 우승에 실패했어도 쑨잉사의 여자단식 4강 기권은 옳은 결정이었다. 왜곡된 일정에 승리를 얽매일 필요는 없다"며 "경기 일정 문제는 단순히 한 경기만 망치는 게 아니"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렇다고 임종훈-신유빈 조의 우승을 폄하할 수 없다. 한국 조는 이번 대회에서 총 5경기를 치르며 15게임 중 딱 1게임만을 내줬다. 준결승 린스둥-콰이만(중국) 조만 3-1로 이겼을 뿐, 첫 일정부터 결승까지 나머지는 모두 3-0으로 끝냈다.
결승전 수치에서도 우세가 확인됐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두 게임 모두 초반 5점 이전 실점을 최소화하며 리드를 유지했고, 듀스 상황을 만들지 않은 채 게임을 마무리했다.
임종훈-신유빈 조의 이번 우승은 랭킹 포인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WTT 파이널은 시즌 최종 대회로 높은 포인트가 배정되며, 향후 국제대회 시드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더불어 우승 상금 1만 4천 달러(약 2068만 원)도 손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