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춤추고, 야유와 환호로 나뉘고...9·11 추모일 양키스타디움, 미국의 슬픈 자화상 [스춘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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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춤추고, 야유와 환호로 나뉘고...9·11 추모일 양키스타디움, 미국의 슬픈 자화상 [스춘 MLB]](https://img1.daumcdn.net/thumb/S1200x63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2/552132-p9S6IuD/20250912124502515isep.jpg)
[스포츠춘추]
엄숙해야 할 9·11 추모의 날이었다. 2001년 그 참혹한 아침을 함께 견뎌낸 뉴욕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희생자를 기리는 날이어야 했다. 양키스타디움의 대형 전광판에는 "2001년 9월 11일,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었고, 좌측 담장 뒤 대형 성조기가 펄럭였다. 30개 구단의 깃발들도 조기로 게양됐다. 모든 준비는 2977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11일(현지시간) 밤 양키스타디움의 풍경은 추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VIP석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은 순식간에 두 개로 갈라졌다. "USA! USA!" 구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고, 환호와 불만이 뒤섞였다. 추모의 장소가 정치적 갈등의 현장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관중들의 시선은 2977명의 희생자가 아닌 VIP석의 대통령에게 쏠렸다. 트럼프가 대형 전광판에 나타날 때마다 "USA" 구호와 야유가 교차했다. 아나운서가 "뉴욕이 낳은, 제45대이자 제47대 대통령을 환영합니다"라고 소개하자 경기장은 또다시 찬반으로 나뉘었다.
9·11 당시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한 소방관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년 9·11에 이곳에 와서 치유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45대와 47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성조기를 가져왔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예년과 완전히 달랐다고 털어놓았다. 치유가 아닌 분열이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7회 공수교대 때였다. "YMCA"가 울려 퍼지자 트럼프는 앉은 채로 팔을 휘두르며 율동을 따라했다. 24년 전 테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는 경기에서, 대통령이 팝송에 맞춰 춤을 춘 것이다. 대형 전광판에 그 모습이 비춰지자 관중들은 또다시 두 개로 갈렸다. 어떤 이는 박수를 치며 함께 율동했고, 어떤 이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떴다.
이 장면을 보며 많은 사람이 24년 전을 떠올렸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월드시리즈에서 보여준 모습은 트럼프와 정반대였다. 당시 부시는 엄숙하고 경건한 자세로 시구를 던지며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줬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양키스 팬 벤 스타인맨은 이날 경기장 분위기에 대해 "너무 걱정스러운 상황이었다"며 "우리 모두 이 순간을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로 삼아 단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데이비드 코르데로는 "중요한 날에 사람들만 힘들게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안타까움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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